2010년 1월 12일 화요일
이언 매큐언, <토요일> 中
로설린드(*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것에 싫증이 난 적이 없거니와, 의사라는 직위에 통용되는 관대한 논리를 이용해 한눈팔 기회가 도처에 널렸음에도 심각하게 유혹당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자면, 아니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변태에 속한다. 그(*남자주인공)는 섹스를 생각하면 로설린드를 떠올린다. 이 눈, 이 가슴, 이 혀, 이 사람의 반겨주는 손길을. 어떤 다른 여자가 굳이 그를 사랑할 것이며, 어떤 다른 여자가 그에게 그런 따뜻함과 빈정거리는 유머를 선사할 것이요, 어떤 다른 여자와 그토록 풍부한 과거를 함께 쌓아갈 수 있었을까? 한평생 사랑이 사람을 그토록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줄 여자는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며, 그가 가진 재주를 모두 발휘하여 그처럼 거리낌 없이 탐닉할 수 있는 여자도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성격 탓인지 그는 성적으로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에서 더 자극받는다. 그는 자기 안에 뭔가 마비나 결핍된 것이 있어 소심한 것이리라 짐작한다. 남자 친구들 중 상당수가 나이 어린 여자들과의 모험 속으로 슬그머니 빠져들며, 때로는 탄탄하던 결혼 생활이 맞고소로 이어지는 파경을 맞기도 한다. 퍼론은 자기 안에 남성적 생명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과감하고 건강한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불편한 심정으로 허공을 빤히 바라본다. 호기심은 다 어디 간 거야? 저 사람, 뭐가 잘못된 거지? 차분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닌 한 매력적인 여자가 그에게 이따금씩 이런 의아한 눈길을 보낸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 정절은 미덕으로 보일 수도, 완고함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가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기에 어느 쪽도 아니다. 그에게 있어야 하는 것은 소유, 소속감, 반복, 이런 것이다. // (73~75p)
이 구절을 메신저의 한 아이에게 보여줬더니 대번에 저런 남자가 현실에 있을까, 한다. 그녀의 요지였다. 내 요지는 저런 남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의사라는 직위를 갖진 못하겠지만) 각자의 요지를 가지고 잠시 옥신각신했는데, 결국 각자의 요지를 확인하면서 끝을 냈다. 누구 말대로, 천성대로 살면서 자신의 천성에 대해서 알게 되는 걸까, 아니면 반대로, 천성대로 살지 않았기에 자신의 천성에 대해서 알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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