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2일 금요일
김중혁 曰
"남의 책 운운할 때가 아니다. 2010년 초반까지 출판사에 장편소설 원고를 넘기지 못하면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나의 신뢰도는 지하실 세계로 진입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형편없는 원고를 최대한 빨리 드릴까요, 아니면 훌륭한 원고를 천천히 드릴까요?”라는 (이거 뭐 내가 금도끼 은도끼 나눠주는 산신령도 아니면서) 협박으로 일관하던 나였지만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선 느낌이다. 뭐라도 토해내야 할 판이다. 그리하여, 2010년에 가장 보고 싶은 소설책은 김중혁씨의 장편소설이다. 누군가 2010년에 꼭 만나고 싶은 소설로 나의 첫 장편소설을 꼽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어딘가 그런 사람이 있겠지. 어딘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 고통을 안다. 좋아하는 소설가의 소설을 기다리는 것만큼 지루한 일이 없다. 도대체 뭘 하느라 책이 안 나오는 것인지, 소설을 쓰고 있기나 한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으니 답답하다. 나에게도 늘 새로운 작품이 기다려지는 소설가가 있다. 여러 명이다. 그들의 신간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의 장점을 모두 합한 새로운 소설가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폴 오스터의 소설처럼 이야기가 시작되고, 지넷 윈터슨이나 제이디 스미스의 소설 속 유머를 구사하는 주인공이 코맥 매카시의 소설 같은 상황을 맞이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쿨하게 웃어넘기다가 미셸 우엘벡의 소설보다 더 당황스러운 결말을 맞이하는 소설을 만나고 싶다. 만약 그런 작가를 발견한다면 즐겁기도 하겠지만 매년 그의 신작을 기다리느라 또 괴로움이 추가되겠지. 그래도 기쁜 괴로움이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6603.html (여기서 발췌)
이런 글을 읽고 나니 김중혁의 소설을 아니 기다릴 수 없다. (편혜영 장편도 쵸큼 기대중) 더불어 폴 오스터+지넷 윈터슨+제이디 스미스+코맥 매카시+무라카미 하루키+미셸 우엘벡 같은 소설도 어디 한번... 김중혁의 입장과는 많이 다르지만, 무엇보다 나 역시 앞으로 내가 쓸 소설들을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다. 어쨌거나 쓰다 만 몇 편의 내 소설들에는 각기 때가 있는 것 같으니, 나는 뜨거운 물에 조용히 앉은 채 머릿속에서 끝내주는 이야기들을 구상하며 때를 불리고 있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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