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8일 화요일

눅눅한, 좀도둑


 "오늘은, 여러분."
 나는 말했다.
 "하나만 여쭤보고 싶습니다만, 혹시 강도짓을 하실 생각이라면 이곳은 돈이 될 만한 물건이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연하지. 이런 눅눅한 곳에 강도짓 하러 들어오는 바보가 어딨겠어?"
 <꼬마 갱>은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나는 일어나서 분필을 잡았다.
 "잠깐만 기다려."
 <꼬마 갱>은 기관총으로 내 심장을 겨누었다.
 "그건 뭐야?"
 "분필입니다."
 "무엇을 할 생각이지?"
 "수업을 할 겁니다."
 "분필로?"
 "예."
 "분필을 줘봐. 던지지 마! 손으로 건네. 그다음에는 두 손을 머리 위에 얹어."
 <꼬마 갱>은 분필을 받아서 가볍게 흔들더니 둘로 꺾었다.
 "속에도 분필인가?"
 "예."
 "이걸로 무얼 하지?"
 "수업을 합니다."
 "수업이 뭐야?"
 "한마디로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군."
 "아뇨."
 "그럼 수업이란 게 뭐야?"
 "진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저 생각하는 것뿐이야?"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생각해서 어떻게 되는데?"
 "별로 쓸모는 없을 겁니다."
 "별로 쓸모도 없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수업이란 말이지?"
 "뭐, 그렇습니다."
 "너, 그것을 하는 게 직업이야?"
 "예."
 "웃기는 녀석이군. 너 같은 녀석을 건달이라고 불러."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그랬지?"
 "진리입니다."
 "설명해 봐."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목숨이 아깝지 않아? 나를 놀리지 마."
 "<꼬마 갱>은 앉은 채로 기관총 방아쇠에 작은 검지를 올려놓았다.
 "시의 진리입니다. 여기서 제가 다루고 있는 것은."
 "처음부터 그렇게 정직하게 말했으면 좋잖아. 그건 어떤 거야?"
 "저도 잘 모릅니다."
 "넌 자기도 잘 모르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게다가 생각해 봤자 별로 쓸모도 없다고 말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래서 돈을 받고?"
 "그렇습니다."
 "너 같은 놈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좀도둑이라고 불러. 우리는 그런 짓 안 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어쨌든 좋아. 그런데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거지?"
 "별로, 아무것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뭐로 보여?"
 "기관총입니다."
 "내가 방아쇠를 당기면 어떻게 되지?"
 "총알이 나갑니다."
 "맞으면 아프지. 알아?"
 "예."
 "다시 한 번 묻겠다. 준비됐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거지?"
 "시를 쓰는 방법입니다."
 "어디에 쓸모가 있지?"
 "실용적이지는 못할 겁니다."
 "전혀 쓸모가 없어?"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목숨이 아까우면 제대로 가르쳐봐. 알아들었어?"
 "예."
 "시작해!"


// 225-228p, 다카하시 겐이치로, <사요나라 갱들이여>, 이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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