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며 과작하는(과자먹는?) 작가는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예외가 있다. 어차피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테드 창이 바로 그 예외의 주인공이다.
1990년 "바빌론의 탑"이라는 단편을 발표한 이후 2002년 <당신 인생의 이야기>(한국엔 2004년에 번역 출간)라는 책이 출간되기까지 고작 8편의 중단편밖에는 발표하지 않았다. 1년에 채 한 편도 되지 않는, 무지하게 과작의 작가. 하지만 나는 테드 창을 사랑하고 테드 창의 작품을 사랑한다. (물론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의 소설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고작 8편의 길지 않은 작품으로 책 앞표지에 홍보해둔 것처럼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아시모프상, 사이드와이즈상, 존 캠밸 Jr. 기념상을 수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소설을 통해서 SF의 정수를 볼 수 있기 때문만도 아니고, 그의 소설이 단편의 미학을 제대로 담고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단 하나의 이유. 지금까지 읽어본 그 어떤 소설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단 하나의 이유. 그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의문으로부터 결국 '경탄'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게 누구든, 독자로부터 경탄을 이끌어내는 소설을 쓰는 작가는 그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과작의 작가에게는 관심이 없지만, 테드 창만은 정말 예외의 작가다.
(출처 :
http://blog.fantastique.co.kr/32)
지난 여름, 비가 오는 와중에도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 참석하고자 머나먼 부천까지 홀로 길을 나선 건 오직 테드 창을 실제로 보기 위해서였다. 그의 강연을 듣고, 그의 책에 그의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본 포스팅을 하며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살펴보다 책 앞 페이지에 있는 테드 창의 사인을 보고는 생각난 김에 예전에 간략하게 정리해 둔 강연 내용을 올려둔다. (참고로 테드 창은 67년 생이다.)
[09.07.20]
SF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테드 창이 생각하는 SF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던 강좌였다. 테드 창에게 SF와 판타지를 구별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장르적인 특성을 구별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서사 방식의 차이를 구분짓는 것이었다.
테드 창에 따르면 판타지는 아주 일반적인 패턴을 따른다. 그러니까 (평화로운) 원래의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를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주인공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사건은 원만히 해결되고 다시 평화로운 세계가 찾아온다. 그리하여 판타지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대단히 보수적인 편에 속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계를 유지하는 일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보일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든(깐) 작품으로, 마이클 클라이튼의 <쥬라기 공원>. 더불어, 이러한 구조적인 이유로 속편을 만드는 일 또한 어렵지 않다고.
반면에 SF는 판타지와 반대되는 의미에서 진보적인 패턴을 띤다. 어떤 (평화롭다고만 볼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건 후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사건이 끝나면 또 다른 세계가 등장한다. 그리고 결국 그 세계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기본적으로 SF는 '변화'를 담는 장르다. 그러면서 든 작품으로, 아시모프의 <Dead Past>. 더불어, 이러한 구조적인 이유로 속편을 만드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어떤 특수한 물건이 SF와 판타지에서 각각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판타지에서 특수한 물건은 주인공이나 아주 극소수의 인물에게만 주어진다. 그리하여 그 물건을 통해 주인공(의 능력)은 부각될 수 있고 결국 "주인공 만세"로 귀결된다. 반면 SF에서 특수한 물건은 대체로 일반화되고 보편화된다. 그리하여 그 물건으로 인해 만들어질 세상에 대해서 상상해보게 된다.
테드 창은 까기 위한 목적으로 종종 <스타워즈>에 대해 언급했다. SF라는 장르적인 특성만 사용되었을 뿐, 그가 봤을 때 <스타워즈>는 SF가 아니니까. (레이저 칼이 나오고 우주선이 나온다고 모두 SF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SF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더 했는데, 우선 여기까지;)
강좌가 끝나고 (아마도) 영화제 주최측에서 몇몇 관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그중 오랫동안 SF 매니아라는 어떤 분에 따르면, 그냥 너무나 뻔한 얘기들만 해서 별로 유익하지 못했다고... (나는 되게 재미있고 좋았는데 ㅎㅎ)
강좌 끝나고 한 시간 후에 장소를 옮겨서 팬미팅 시간을 가졌다.
카메라 후레쉬가 미친 듯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미발표 신작 단편 소설을 낭독했(으나 영어였기 때문에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 후 질의응답 시간이 잠시 이어졌고 그것이 끝난 뒤, 책에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왼손으로 책에 사인을 했고, 오른손으로 나와 악수를 했다.
PS. 테드 창과 관련된 포스팅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는데 그중
http://twinpix.egloos.com/4451772 이 사이트가 가장 정리가 잘 된 것 같다. //
요즘 테드 창 이름을 여기저기서 많이 듣네요. 생긴건 마치 냉철한 유전학자처럼 생겼던데. 하, 기회되면 읽어볼게요 :)
답글삭제@푸름 - 2009/11/11 11:49
답글삭제냉철한 유전학자까지는 아니지만, 테드 창은 컴퓨터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컴퓨터 전문가에 소설까지 잘 쓰고... OTL 뭐 이런 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