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 디아스가 쓴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제목에 들어 있는 것처럼 '놀라운' 소설은 아니었다. 아직 내가 넘어서지 못한 어떤 한계가 이 소설을 만끽하는 데 방해가 된 것 같다. 퓰리처 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그 주변부에 쏟아진 찬사들 때문에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400페이지 남짓한 이 소설에서, 그러나 나를 단숨에 멍하게 만든 부분이 있다. "마지막 편지"라는, 정확히 소설의 마지막 세 페이지. 소설에서 결말이 얼마만큼 중요하고 또 중요하고 또 중요한지를 알고 싶다면 이 소설을 보면 된다. 물론 마지막만 읽어선 알 수 없는 노릇. 한 2년 내로 영어 실력을 키워 원서로 꼭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번역이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고.)
며칠 전에 자주 들르는 헌책방에서 찰스 부코우스키의 단편집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 그 첫번째>를 발견했다. 찰스 부코우스키라면 작년에 <팩토텀>이라는 소설을 접했기 때문에 알고 있는 작가였다. 그렇게 만족스러웠던 건 아닌데 단편집에 괜히 더 눈길이 간 이유는 며칠 전 만난 20대 초반의 알있따운 아가씨가 그 단편집이 너무 좋다는 얘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나서. 그리고 구입.
책 속 "역자 후기"에 따르면 원서를 둘로 나누어 번역 출간할 예정이라고 되어 있으나 아마도 판매 상황상 두 번째 책을 내는 건 무리였나보다. 아무려나 조금 기대를 한 채 읽기 시작했고 보았고, 우와앗! 이 소설 역시 "회"라는 걸 발견하고 말았다. 다섯 번째 위치하고 있는 단편 "기력조정기"라는 소설을 보고 책을 덮은 후 새로 쓸 소설을 열심히 구상해보았다. 노트에 아이디어를 끼적대면서. 하여간 소설을 쓰게 만드는 소설들이 있다. 샐린저도 그렇고, 하진도 그렇고, 오츠이치도 그렇고, 부코우스키도 그렇고. 하진은 좀 웰메이드에 가까운 소설이지만 다른 소설들은 나에게 "회". 하핫.
이쯤에서 부코우스키 형님





허. 부러워요. 제가 지난 몇 년 간 구하던 책 중 하난데..
답글삭제부코우스키 단편집 중에서는 제가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기도 하고.
@Rs - 2009/11/22 05:42
답글삭제후훗. 제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복 중 하나죠. 책복.
실은 뻔질나게 헌책방을 드나들다보니... 다른 데 딱히 갈 데도 없고;;
다른 부코우스키 단편집이 또 있나보군요?